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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일본 뉴웨이브 : 시티 팝 이면의 그림자
이 지겨운 복고 열풍은 언제쯤 끝이 날까? 1970년대부터 80년대 사이에 일본에서 유행한 시티 팝은 일관된 특징을 지닌다. 스타일리시함을 강조하는 사운드, 소비주의와 개인주의, 도시 예찬과 경제적 낙관주의. 상쾌한 사운드 뒤에 묻어나오는 녹슬고 먼지 낀 음색이 모종의 아련함을 배가시킨다.
그런데 오늘날 다시 유행하고 있는 시티 팝, 퇴근 길에 듣는 기분 전환용 시티 팝은 구체적으로 어떤 정서를 '전환'하려는 것인가?
오늘날 시티 팝을 다시 듣는다는 것은 단지 경제적 낙관에 대한 그리움을 되새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시티 팝은 버블 시대의 전유물이고, 우리는 결코 시티 팝을 완전히 전유할 수 없다. 신자유주의의 실패, 복지 국가의 대두, 불확실한 미래 속에 남겨진 이후의 세대는 복고 스타일로 구성된 망망대해에서 얕은 수면 단계에 위치한 표층적인 환상만을 취하는 가벼운 '기분 전환'만이 가능할 뿐이다.시티 팝이라는 장르가 현대에 이르러 위화감 없이 소비되는 것은 소비주의적 스타일을 중요시했던 장르적 특성이 현대 복고주의의 소비 방식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버블 경제 이후의 정서, 즉 경제 불황, 불안정한 고용 시장, '미래 없음'의 감각처럼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비관적인 정서는 복고주의의 소비 대상이 아니다. 복고주의가 그리는 과거는 이상화된 세계다. 과거의 실패와 불안을 제거하고 남겨진 '안전한' 환상. 하지만 나는 시티 팝을 들을 때 오히려 복고주의의 이면에 깔린 불확실성과 '미래 없음'의 정서에 몸서리친다.
불안에 찌든 청소년기와 대학생 시절에 나를 지지해 주었던 것은 불안하고 직설적인 사운드로 점칠된 80년대 일본의 뉴웨이브 장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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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렬! 뉴 웨이브 1980>, 2006년 발매된 일본 뉴웨이브 컴필레이션 앨범. |
1980년대 버블 붕괴 이후 탄생한 일본 뉴웨이브는 당대의 암울한 사회적 정서를 반영하여, 불안을 배가하는 실험적인 테크노 사운드와, 펑크로부터 영향을 받은 직설적인 가사를 특징으로 한다. 일본 뉴웨이브는 펑크 록과 결합되어 조이 디비전과 같은 포스트 펑크로 이어진 영국 뉴웨이브의 흐름과 유사한 방향으로 발전했다.
P-MODEL의 <미술관에서 만난 사람이지>(1979). 일본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곡 중 하나다.
1980년대 뉴웨이브/펑크 씬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유정천 有頂天은 모호함과 직설적인 표현을 교차적으로 사용하며 당대의 불안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1987년 발매된 <우리는 모두 의미가 없다네 僕らはみんな意味がない>는 아무 말이나 늘어놓는 듯한 가사로 일본 사회의 삶과 가치에 대한 믿음을 조롱한다. 반면, 〈여고생’81 女子高生'81>에서는 고전 연극 속 남녀 간의 사랑을 돈 많은 남성을 쫓아다니는 여대생의 모습과 대비시키며 버블 경제 시기의 소비문화를 적나라하게 풍자한다.
유정천 - fine 가사中
유정천 <대실패'91> (1990)
노미야 마키 <원폭 록> (1981)
로자 룩셈부르크 ローザ・ルクセンブルグ의 <재중국적소년 在中国的少年>는 중국에서 외노자 생활을 하게 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억정을 쓰는 듯 명확하지 못한 가사와 강박적이고 반복적인 선율이 머나먼 타지에서의 끊임없는 노동을 연상시킨다. 소년의 집에 가고 싶다는 외침에 돌아온 부정적인 대답은 외부로부터의 사회적 억압인지, 혹은 소년이 내면화한 억압인지 구분할 수 없다.
로자 룩셈부르크 <재중국적소년> (1984)
시티 팝과 뉴웨이브는 당시 일본 사회의 두 가지 상반된 면을 상징한다. 시티 팝은 버블 경제의 소비주의적 낙관과 스타일리시함을, 뉴웨이브는 버블 붕괴 이후의 혼란스러운 현실과 사회적 분위기를 대변한다. 뉴웨이브는 시티 팝의 반작용으로 구성된 결과물이다. 두 장르의 상반되는 특성은 분리할 수 없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따라서 경계해야 할 것은 시티 팝 장르 자체의 낙관주의가 아니라, 복고주의가 표방하는 시티 팝의 낙관주의다. 오늘날 시티 팝이 다시 유행하는 현상은 일본 뉴웨이브가 담아냈던 불안정한 현실과 비관적인 미래상이 현대에도 지속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복고주의가 그려내는 표층적이고 양식화된 정서 이면에 존재하는, 철저히 분리된 시대적 공백에 주목해야 한다. 시티 팝의 낙관적이면서도 모호한 정서의 이면에는 사회적 문제를 직시하고 벗어나고자 발버둥쳤던, 현실주의와의 처절한 사투가 있었다.
그 사투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